2023바다미술제 참여작가

왕덕경
한국
활동지

한국, 부산

작가 소개

왕덕경은 미세한 것들을 눈여겨보며, 무신경한 것들을 포착한다. 특히 사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나 있는 것, 눈에 보이지 않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들의 이면들을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사용하여 드러내고자 한다. 최근 몇 년간 작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마주하고, 한 개인의 내부와 외부 균열의 틈을 봉합하는 언어의 형태를 고민하며 ‘말 걸기’, ‘담기’를 시도 중이다.

출품작품
<발 아래 모래알 사이로 물이 스며들 때>

2023, 수집된 유리병, 모래, 조명, 가변설치. 2023바다미술제 커미션 작품.

출품작 〈발 아래 모래알 사이로 물이 스며들 때〉는 소설가 오영수의 저작 〈갯마을〉에서 유래된 작품이다. 동명의 영화〈갯마을〉은 소설을 바탕으로 1965년 일광에서 촬영되었다. 이야기에서 ‘해순’이라는 젊은 여인은 결혼한 지 열흘 만에 어부였던 남편을 폭풍우로 잃는다. 하지만 마을에는 가정을 책임지고 생계를 꾸리기 위해 배를 타고 나섰다가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어부가 많았기에 흔히 과부가 여럿 살았다. 남편이 죽고 난 후 상수라는 젊은 청년이 해순의 연인이 되었지만, 시어머니와 아주버니가 이 둘을 목격하였고 마을에 소문이 퍼져 가족이 망신당하기 전에 마을을 떠나라 등을 떠민다. 해순은 상수와 갯마을을 떠나 채석장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연인마저 사고로 잃게 된다. 결국 갯마을로 돌아온 해순을 마을 과부들이 반겨준다. 소설은 당시 여인들의 수동적인 모습을 반영하며 운명론적 관점으로 이들의 비극적 삶을 그려낸다. 이 오랜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작가는 이들의 삶의 터전이자 고향, 현실인 일광에서의 기억을 포착하기 위해 일광에서 살고 있는 일광 여인들을 인터뷰하여 이야기를 수집하였다. 작가는 해안과 바다가 남성 위주의 공간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고착화되어 온 성 고정관념을 드러내고, 역사를 관통하여 바다의 역사와 이에 의지한 생계에 중요하고 고유한 역할을 여성이 해왔음을 함께 이야기한다. 광활한 바다를 떠다니는 병 속의 메시지처럼 설치작품의 유리병에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병들은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방을 상징하는, 각자의 몸이 감각하고 표류하는 해변에 닿는다. 병 속의 편지가 끝내 해변에 도착하는 것처럼, 모래로 덮인 이곳은 해순이 살았던, 작가가 사는, 또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갈 공간을 표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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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입맞춤 왕덕경

하이퍼콤프ㅣ10분 13초ㅣ드라마
작품 설명

포레스트 커리큘럼은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삼림지대 조미아의 자연문화를 통한 인류세 비평을 주로 연구합니다. 작품 유랑하는 베스티아리는 이 연구의 일환으로, 비인간적 존재들이 근대 국민국가에 내재된 계급적이고 세습적인 폭력과 그에 따른 잔재들에 어떻게 대항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좌중을 압도하는 듯한 거대한 깃발들은 위태롭고도 불안하게 스스로를 지탱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깃발에는 벤조인이나 아편부터 동아시아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들까지 비인간 존재들을 상징하는 대상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각 깃발들은 비인간적 존재들의 대표자로서 모두가 한데 결합되어 아상블라주 그 자체를 표상합니다. 또한 깃발들과 함께 설치된 사운드 작품은 방콕과 파주에서 채집된 고음역대의 풀벌레 소리, 인도네시아의 경주용 비둘기들의 소리, 지방정부 선거를 앞두고 재정 부패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불필요한 공사에서 발생하는 소음, 그리고 위의 소리들을 찾아가는데 사용된 질문들과 조건들을 읽어 내려가는 내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왕덕경은 미세한 것들을 눈여겨보며, 무신경한 것들을 포착한다. 특히 사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나 있는 것, 눈에 보이지 않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들의 이면들을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사용하여 드러내고자 한다. 최근 몇 년간 작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마주하고, 한 개인의 내부와 외부 균열의 틈을 봉합하는 언어의 형태를 고민하며 ‘말 걸기’, ‘담기’를 시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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